어릴 때 부모님들이 '서명은 절대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적 있지 않나요? 보험도 예외는 아닙니다.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보험금을 청구하게 됩니다. 만약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구비서류 및 사고 정황 또는 질병이 보험사에서 봤을 때도 이견이 없다면, 별다른 추가 조사 없이 빠른 시일 내에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하지만 서면심사 때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서류를 즉시 지급이 아닌 심사지급으로 넘기고, 보험지급심사팀에서는 접수된 서류를 재검토하여 현장조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보험사가 서류에 사인을 요청하는 경우는 바로 현장 조사가 나왔을 때 이루어집니다. 보험사에서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사인을 해주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절대 안 됩니다. 만약 보험 계약자에게 불리한 서류에 잘못 사인했다간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 현장 조사 동의 서류 종류 | 보험금 지급과 무관한 서류
보험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장 조사가 진행되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개인정보 활용동의서, 의무기록 열람동의서, 의료자문 동의서, 보험금 지급확인서, 면책 동의서 등 여러 서류에 동의를 구하는 서명을 요청하게 됩니다.
먼저 알아볼 것은 보험금 지급과는 전혀 무관한 서류들입니다. 개인정보 활용동의서와 보험사가 의무기록을 확인하는 것에 동의하는 의무기록 열람동의서는 기본적으로 동의를 해주어야 합니다. 보험 약관에 보험금 지급 사유 조사와 관련하여 의료기관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서류가 필요할 때는 조사 요청에 동의해야 된다고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서류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 확인이 끝날 때까지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무기한 연기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의무기록 열람동의서에 사용 출처가 나와 있지 않고, 백지상태라면? 사인을 보류하고, 사용 출처를 명확히 밝힐 것을 보험사에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보험사가 마음대로 민감한 개인 의무 기록을 보는 것이 탐탁지 않다면, 서명을 하지 않고 보험사에 명확하게 어느 병원에서 어떤 의무기록이 필요한지를 요구받아서 보험 계약자가 직접 서류를 발급받은 후 전달해도 무방합니다.
보험 현장 조사 동의 서류 종류 | 절대 서명하면 안 되는 서류
면책 동의서 혹은 면책 확인서, 보험금 부지급 확인서 등의 용어가 포함된 서류에는 절대 사인을 하면 안 됩니다. 이런 서류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면책 동의서에는 보통 부제소 합의서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 내용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서명인이 이해했고 앞으로 어떠한 민사상 또는 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만약 면책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챘을 땐 이미 늦었습니다.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내용에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소송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면책 동의서는 서명하지 않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는 데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보험 현장 조사 동의 서류 종류 | 상황에 따라 서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서류
▣ 의료자문 동의서
서명을 해야 할지 혹은 하지 않을지 가장 판단이 어려운 서류는 바로 의료자문 동의서와 보험금 지급확인서입니다. 의료자문 동의서는 질병이나 장애 정도가 어떤 의사가 보더라도 명확할 경우 서명을 해주면, 보험금을 보다 빨리 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사인을 해 주는 게 보험 가입자에게 불합리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질병이 애매한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주치의는 암으로 판단해 진단서를 써 줬는데, 보험사가 조사를 해보니 악성 종양인지 양성 종양인지 애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 이 경우 대부분의 보험사는 다른 의사에게, 정확히는 보험사 자문의사에게 물어보겠다며 의료자문 동의서 서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자문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되면 계약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이유는 보험사가 어떤 의사인지 계약자에게 밝히지 않고 임의로 보험사에 유리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의사에게 자문을 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약관에서는 보험금 지급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는 보험 수익자와 보험사가 함께 제3자를 정하고 그 의사의 판단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자문의사의 판단이 보험사에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게 싫다면, 의료자문 동의서에 서명해 줄 필요가 없고 합의를 통해 제3의 병원, 제3의 의사를 정해서 판단을 받아 보자고 하는 게 좋습니다.
▣ 보험금 지급확인서
보험금 지급확인서에 서명했을 때 문제가 되는 상황은 보험사와 계약자가 금액에 합의를 하지 못한 경우에 발생합니다. 만약 보험 계약자는 후유장해진단으로 3천만 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는데, 보험사에서는 의료자문을 받아보니 후유장해가 아니라며 1천만 원만 지급하겠다고 한다면?
서로 지급할 보험금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합의 과정에서 보험사가 제시한 금액이 마음에는 안 들지만 받아들일 수 있고 더 이상 장해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면? 보험금 지급확인서에 서명하고 다른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합의한 후 보험금을 보다 빨리 지급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제시한 금액이 형편없거나 혹은 추가 장애가 예견된다던지, 합의 이후 상태가 더 악화될 것 같다면? 보험금 지급확인서에 무턱대고 서명하면 안 됩니다. 보험사와 합의가 불발될 경우 보험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은 소송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