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집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의료기관이 동네 의원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원보다 병원의 장비가 더 좋고 의사의 숙련도나 실력도 더 전문적일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편견 정말 사실일까요?
아닙니다. 의원과 병원의 가장 큰 차이는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의 숫자에 달려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병상 수가 30개 미만이면 의원이고, 30 병상 이상을 갖추고 있으면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하더라도 병원으로 분류합니다. 병상수 30개는 30명의 입원 환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입원 환자용 침대가 최소 30개 이상은 갖추고 있다는 말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원 vs 병원 차이 | ① 병상 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의원은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하고, 병원은 2차 의료기관으로 분류합니다. 의원은 주로 외래 통원 환자를 진료하는 30개 미만의 병상수를 갖추고 있는 소규모 병원을 말하고, 병원은 외래 진료도 보지만 주로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보는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있는 의료기관을 말합니다.
하지만 의원과 병원을 무조건 병상 수로 분류하는 건 아닙니다. 치과는 진료과목 특성상 대부분 입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병상수로 의원과 병원을 구분 짓는 게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치과의원과 치과병원의 가장 큰 차이는 설립 기준에 있습니다. 치과의원은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의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개원이 가능하지만, 치과병원 이름으로 개원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개설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치과병원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수술실이나 임상병리실 등의 전문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 건축법, 위생관리 기준 등 까다롭고 많은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의료인력도 진료과목별로 임상경험을 갖춘 전문의들로 구성해야 합니다. 반면 치과의원은 과목별로 전문의가 따로 없어도 되기 때문에 한 명의 의사가 발치나 신경치료, 보존, 보철, 치주, 교정치료, 스케일링 등 모든 치과치료를 다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과의료기관은 크게 치과의원, 치과병원, 종합병원 치과, 상급종합병원 치과로 분류하는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과는 대부분 1차 치과의료기관에 속하는 치과의원들입니다. 치과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 있는 치과에서는 주로 치과의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사랑니 발치나 신경치료, 보철치료, 교정치료, 치주치료 등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원 vs 병원 차이 | ② 진료비 본인부담률
의원과 병원은 병상수에 따른 시설과 규모만 차이가 있을 뿐 또 다른 점은 없을까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같은 질환으로 동일한 치료를 받았더라도 의원보다 병원에 내원했을 때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병원비)가 더 비싸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의원은 진료비의 70%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 총액 중 30%만 환자 본인이 내면 되지만, 병원에 내원하는 일반 환자의 경우 60%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의료비의 40%는 환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상급종합병원은 진찰료 비용의 100% +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60%를 환자가 내야 합니다. 즉 의원보다 병원이, 병원 중에서도 상급병원으로 갈수록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가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의원 vs 병원 차이 | ③ 일반의 vs 전문의
의료기관을 찾는 대부분의 환자는 진료를 보는 모든 의사가 해당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수료한 전문의라고 믿고 싶겠지만, 이런 생각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도 의사 면허증만 있으면 의원을 개원할 수 있고, 일반의와 전문의 모두 어떤 과를 진료하더라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눈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고, 팔 부러진 골절 환자를 고치는 정형외과 수술을 한다거나 심지어 심장 수술까지 해도 불법이 아닙니다.
그럼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의원이 아닌 병원에 가야 하는 걸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해당 과를 전공하고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수십 년간 일한 교수라 하더라도 의료기관을 개원할 때 병상수가 30개 미만이면 의원으로만 개원이 가능합니다.
또한 의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일반의,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전문의라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가 모두 전문의인 것도 아니며, 의원보다 병원에 있는 의사가 수술도 더 잘하고 실력도 더 좋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의대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만 하면 의사 면허증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의들도 병원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 기간 동안 '전공의' 또는 '수련의'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습니다.
- 의대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증이 발급돼 일반의가 된다.
- 이후 인턴(1년), 레지던트(4년) 과정을 차례로 거쳐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된다.
그럼 내가 진료받고자 하는 과를 전문적으로 전공한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첫째, 간판만 보면 의사가 어떤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전공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올바른 전문의 간판 표기법(전공과목이 성형외과인 경우 예시) : ○○ 성형외과 의원/○○ 의원, 전문 과목 성형외과
- 전문의 자격이 있다면, 보통은 전문의임을 간판에 표시.
- ○○의원처럼 '의원' 앞에 전공과목이 쓰여 있지 않다면? : 진료하는 의사가 의사 면허증만 있는 일반의일 확률이 높다.
- ○○안과의원, △△정형외과의원처럼 '의원' 앞에 전문과목이 표시된 경우 : 의원 앞에 쓰인 진료과목을 전공한 전문의가 진료하는 의원
- ○○의원, 전문과목 △△ : △△ 진료과목을 전공한 전문의가 진료하는 의원
- ○○의원 간판 밑 또는 옆에 [진료과목 : 피부과, 소아과, 가정의학과]라고 쓰여 있는 경우 : 피부과 소아과 그리고 가정의학과와 관련된 질환을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일 뿐, 피부과 전문의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소아과 전문의가 반드시 진료를 본다는 것은 아니다.
- ○○정형외과 간판에 [진료과목 정형외과, 내과]라고 쓰여 있는 경우 : 전문의가 하는 의원은 맞지만 정형외과는 주전공 진료과목이고, 내과는 환자는 보지만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것은 아니라는 뜻. 즉 내과는 일반의 자격으로 진료.
다만 진료과목이라고 표시된 과가 모두 전문의가 진료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진료과가 모여있는 종합의원의 경우 의원 앞에 전문의 개개인의 전공과목을 다 표시하는 게 어려워 진료과목에 전공과목을 표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병의원 개설자가 아래에 전문의를 두고 진료를 볼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단순히 병의원 이름만으로 전문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내가 진료받고자 하는 과를 전문적으로 전공한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다면 둘째, 본인이 방문할 의원이나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홈페이지나 SNS에 방문해 의사의 프로필 및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의사가 전문의인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해당 진료과목을 전공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입니다.
나는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쌍꺼풀 수술을 받고 싶은데, 의사 프로필을 받더니 피부과 전문의 이력은 표시되어 있지만 성형외과로 전문의를 취득했다는 내용은 없다면? 해당 의사는 피부과 전문의는 맞을지라도 성형외과 전문의는 아닐 확률이 높으며, 일반의 자격으로 진료를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의사 프로필에 [○○○○ 의과대학 졸업/▲▲▲▲ 병원 전공의 수료]라고만 적혀 있다면? : 보통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전공의라면 '▲▲▲▲ 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수료' '▲▲▲▲ 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취득'처럼 해당 내용을 자세히 적는 게 일반적. 의사 이력에 전공과목을 특정하지 않은 채 전공의를 수료했다고만 표시돼 있다면, 무슨 과를 수료했다는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과를 전공한 전공의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