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교통사고로 다치면 피해자가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교통사고 소송에서는 이를 '신체 감정'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교통사고로 다쳤을 때 신체 감정이 어떤 절차로 진행이 되고, 또 신체 감정을 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체 감정 진행 절차
신체 감정이란? 교통사고로 어떤 부상을 입었는지, 부상이 사고 때문에 발생한 게 맞는지, 어떤 장해가 남았고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앞으로 간병비나 치료비 등 추가적으로 얼마의 돈이 더 나갈지, 현재 상태로 몇 살까지 살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신체 감정을 하는 의사한테 감정을 받아서 결과를 법원에 제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교통사고 소송에서는 신체 감정이 필수 과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내가 어디가 아프다고 말해도 신체 감정을 맡을 진료 과목을 법원이나 보험사가 정해주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내가 어디를 다쳤는지에 따라 어느 진료 과목에 감정을 맡을지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보통 머리를 다쳤다면 신경외과에, 다리가 골절됐다면 정형외과에 감정을 맡기게 되는데, 문제는 진료과목이 190개가 넘기 때문에 감정을 맡길 진료 과목을 지정하는 게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외과만 해도 진료 과목이 10개이고 정형외과는 12개, 신경외과도 8개나 됩니다. 진료과목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법원 신체 감정 과목의 경우 일반 병원과 달리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발목과 무릎을 다쳤는데, 무릎만 감정을 신청하고 발목은 감정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발목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진료 과목을 선택해서 신체 감정을 신청하면,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서 신체감정을 할 의사가 지정됩니다. 그러면 피해자는 의사가 있는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신체감정의사는 치료를 하려는 게 아니라 사고와의 연관성, 장해 정도, 장해 기간, 앞으로 간병비, 향후 치료비 등 무슨 돈이 더 들어갈지 판단만 합니다. 때문에 피해자는 의사에게 신체 감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충분히 맞는 자료를 제공하고, 맞는 질문을 제출해야 제대로 된 감정절차가 이루어집니다.
신체감정을 진행할 때는 환자가 혼자 가기보다는 변호사 선임 시 조력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금이 크면 클수록 신체감정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체감정이 끝나고 의사가 진단한 의견서가 법원에 도착하면 이를 토대로 소송이 진행됩니다. 감정의사가 내린 신체감정 결론을 거의 전적으로 신뢰를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송 중이라도 치료비에 대해서는 100% 가불금으로 청구가 가능합니다. 다만, 선 지급 후 청구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을 수 있습니다.
신체 감정 비용
신체감정비용은 왜 피해자인 내가 내야 할까? 소송을 하는 중간에 들어갈 수 있는 비용을 소송비용이라고 하는데, 신체 감정 예납금, 신체 감정 병원비 또한 소송비용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판결을 받으면 승소 비율에 따라 내가 쓴 소송비용은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신체 감정은 진료 세부 과목 1개당 40만 원의 예납금을 내게 됩니다. 무릎 40만 원, 고관절 40만 원, 발목 40만 원 같이 예납금이 책정되고, 감정을 위해 병원에 내원하면 병원비는 별도입니다. 사실 병원비에서 진료비는 크지 않지만, 검사에 따라서 비용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보통 X-RAY 검사에는 10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들지만, CT, MRI, 근전도 검사 등 다른 검사는 100만 원까지도 비용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신체 감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진료 과목은 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보통 다른 과목은 외래 진료가 가능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는 잠시 환자를 보는 게 아니라 입원을 시켜서 1~2주 정도 관찰을 하고 판단해야 해서 입원비가 만만찮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험수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수가이기 때문에 비용이 3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도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체 감정을 의뢰할 때는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결과를 예상해 어느 과목이 나은지, 그리고 어느 과목은 넣을지, 뺄지 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